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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검사에 얽힌 웃지 못할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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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물관지킴이
댓글 0건 조회 1,235회 작성일 05-12-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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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검사에 얽힌 웃지 못할 사건들
고등학교로 간 ‘사무라이’



공부보다도 학교 생활이 엄격했던 70년대, 그 시절 학생들은 그 규칙이 너무너무 지겨웠다. 입학하는 그 날부터 머리털에서 발끝까지 교칙이 정해져 있어 자기 몸이 아니었다. 두발 길이는 ㎝로 따져 1㎜만 넘어도 ‘바리캉'이 춤을 췄다. 단추가 떨어져도 옷이 터져도 선생님께 알밤을 맞았다. 색다른 운동화를 신어도 벌을 섰다. 훅(고리단추)을 열어 놓아도 건방지다고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전부다 안 된다는 것이었다. 틈 하나 없는 교칙이었다.

매주 월요일•토요일은 운동장 전교조회가 있었다. 혹한의 추위가 닥쳐도 교장선생님은 조례대 위에 올라가 일장 연설을 했다. 찬바람에 오돌오돌 떨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들었다. 더운 여름날에는 일사병으로 학생이 쓰러져도 조회는 계속되었다. 교장선생님의 훈시가 끝나고 나면 또 교감 선생님이 조회대에 올라가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엉망이라며 뒤틀린 심사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인사를 잘 하라는 등 매번 조회시간마다 한 이야기를 오늘도 여지없이 재방송이다. 교감선생님은 듣는 분위기가 흐트러졌다고 “차리어 열중 쉬어”하며 분위기를 다 잡는다.

그 지겨운 교장선생님 말씀과 교감선생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늘도 차려 놓은 상에 숟가락을 안 들고 그냥 갈 수 없다며 학생 주임이 올라와 잔소리가 시작됐다. 머리가 길다는 등 일일이 간섭이다. 그 사이에 학생부 선생님들이 바리캉을 들고 다니며 머리카락이 긴 학생은 인정사정 없이 고속도로를 내 버렸다. 호주머니도 일일이 뒤집었다. 적발된 학생들은 불려나가 이마에 땀이 맺히도록 오리걸음을 걸었다. 조회가 없는 날도 등교하기 전에 복장에 바짝 신경을 썼다. 교문에는 저승사자보다도 더 무서운 선도부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장 불량으로 적발이 되는 날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교문 앞에 붙잡혀 아침부터 단단히 혼이 났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문이 가까워지면 모두다 풀어진 고리단추도 잠그고 삐딱하게 쓴 모자도 바로 했다.
복장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철조망이 겹겹이 쳐진 울타리를 뚫고 들어갔다. 그 개구멍도 선생님이나 선도부들이 지키는 바람에 들어가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문 밖에서 숨어 수업종이 울리도록 기다리다가 선도부들이 눈에서 사라지기가 무섭게 헐레벌떡 뛰어들어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수업 종이 울려도 학생부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교문을 지키는 바람에 제때 들어가지 못해 지각을 했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학생들이 엄격한 교칙 속에서 특히 머리카락을 둘러싼 사연이 넘쳐났다.

창원에 사는 백옥줄(46)씨는 고교시절 머리 때문에 혼이 난 기억이 있어 ‘머리’하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당시에는 자주 두발 검사가 있어서 머리 깎는 기계를 교실에 갖다놓고 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깎았다. 쉬는 시간이면 너도나도 바리캉을 잡고 머리를 깎다보니 모두다 반 이발사가 되었다. 특히 반에서 힘이 약한 아이들은 머리가 길 날이 없었다. 반에서 힘깨나 쓰는 아이들이 손이 간지러우면 불러내어 머리를 깎았기 때문에 언제나 반들반들 빛이 났다. 완전히 그 머리는 연습용이었다. 이놈도 찔끔 저놈도 찔끔거렸다.

바리캉 잡는 것이 서툴러 머리카락이 기계에 뒤엉켜 머리를 깎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뽑는 것이 다반사였다. 머리를 대고 있는 놈은 생 머리가 뽑혀 나가니 아파 죽는다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래도 바리캉을 잡은 놈들은 무엇이 즐거운지 히히거렸다. 백씨는 그 날 오후에 용의 검사가 있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반 친구에게 부탁을 해 화장실에서 머리를 깎았다. 친구 솜씨가 어쩐지 꺼림칙했지만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 질 것을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제법 능숙한 솜씨로 잘 나갔는데 문제는 종소리였다. 머리를 다 깎아 갈 무렵 그만 수업시작종이 울리고 말았다. 머리를 깎는 친구도 갑자기 손이 바빠졌다. 머리를 들어 거울을 보니 다 깎고 중앙에만 달걀 만한 크기가 남아 있었다. 그때 마침 반장이 다급하게 뛰어와 선생님 왔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 말에 머리를 깎던 반 친구가 바리캉을 내던지고 그만 교실로 뛰어들어 가버렸다.

머리를 쳐다보니 완전히 일본의 사무라이 꼴이 되어있었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고 눈앞이 캄캄했다. 수업시간에 안 들어갔다가는 그 무시무시한 독사선생님에게 살아남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필 이때에 독사 선생님 걸릴게 뭐야 오늘 재수에 옴 올랐다”며 혼자 중얼거렸다. 한번 더 머리를 쳐다봐도 억장이 무너졌다. 이 꼴로 교실에 들어갔다가는 개망신을 당할 것이 뻔했다. 아무리 쳐다봐도 영락없는 일본 사무라이 꼴이었다.

교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선생님은 없었다. 떠들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갑자기 쏟아졌다. 그리고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빡빡 깎은 머리에 중앙에만 우뚝 솟은 머리카락에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거리였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렇다고 머리카락을 뽑을 수도 없고 속수무책이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풀이 죽어 죽을상을 지었다. 반 아이들은 자신의 머리를 한번 쳐다보고 웃고 또 웃었다.

웃음소리에 교실이 떠나갈 듯했다. 얼마나 웃음소리가 컸던지 옆 반에서 수업을 하던 선생님이 난리가 난 줄 알고 달려왔다. 교무실에 있던 교감선생님도 왁자지껄한 소리에 놀라 달려 나왔다. 옆 반 선생님이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질러도 학생들은 웃는데 정신이 팔려 듣지도 않았다.

화가 머리까지 난 선생님은 “이놈들아, 조용히 해라” 몽둥이로 칠판을 탕탕 쳤지만 학생들은 더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그쯤 되자 화가 머리까지 치솟은 선생님도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살피더니 잘 닫혀있는 앞 지퍼를 다시 다잡아 올렸다. 그리고는 앞으로 뒤로 위로 옆으로 자신의 온 몸을 정신 없이 살폈다. 잘 정돈된 자신의 뒷머리를 손으로 연방 빗어 내렸다. 창문 밖에는 옆 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서로 보겠다고 고개를 내밀었다.

선생님은 다시 자신의 아랫도리를 살폈다. 그러다가 눈빛이 번쩍 하더니만 순식간염야, 사무라이!”를 외쳤다. 그 꼴사나운 모습에 선생님 체면이고 뭐고 접어두고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러 간 선생님도 나오지 않고 웃음소리가 더 커지자 저만치 떨어져 있던 교감선생님도 달려 왔다. 막상 와보니 선생님도 학생들과 같이 정신 없이 웃고 있었다. “김 선생, 무슨 일이요?” 교감선생님이 버럭 화를 냈다.

선생님은 교감선생님이 묻는 말에 너무 우스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손가락만 쑥쑥 내밀었다. 그 손가락을 따라 오르내리던 교감선생님 눈도 갑자기 시선을 집중하더니 “저기 뭐꼬” 하더니만 손바닥을 아래위로 치면서 웃기 시작했다. 지금도 머리 한번 깎으려다가 개망신을 당한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머리를 깎다가 놔두고 도망친 그 친구와 소주잔이라도 기울일 때면 그 당시의 긴박했던 이야기를 해놓고 깔깔 웃는다고 한다. 당시에는 머리를 깎다가 도망친 그 친구가 얄미웠지만 돌아보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줘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동창회라도 나가면 그 이야기는 단골이야기가 됐다.

마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서경석(46)씨도 고등학교 때 두발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마른다. 토요일 날 여고생과 영화를 보러가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를 빡빡 깎지 않고 짧은 스포츠 머리를 했다. 영화를 보는 날까지는 어떻게 하든 학생부 눈을 선생님을 피해 다녀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교문에 지키고 있으니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복장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철조망이나 담을 넘어 몰래 들어갔다. 그것도 자주 하다보니 선생님이 눈치를 채고 지키고 서 있어 월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택한 방법은 배수구였다.

가방을 가슴에 바짝 붙이고 컴컴한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완전히 쥐였다. 배수구가 작아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도 쉽게 빠지지 않았다. 뒤따라 들어오던 친구는 빨리 안나간다고 “야 임마, 굼벵이가?”하고 쌍소리를 해댄다. 천신만고 끝에 빠져나와 고개를 살짝 내밀자 무엇이 쑥 들어오더니만 코를 잡아당겼다. 자신은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고 “야 임마, 죽으려면 호랑이 수염을 못 당겨 빨리 놔라. 코 아파 죽겠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야, 쥐도 큰 쥐다”“말하는 쥐도 있나”며 다시 코를 바짝 당겼다.“나가면 죽인다”며 고개를 번쩍 드니 학생과 주임선생이 배수구 앞에 턱 버티고 앉아 “아따 오신다고 큰 욕 봤습니다”하더니만 “못 된 짓은 골고루 다한다”며 눈물이 핑 돌도록 알밤을 내리쳤다. 눈앞이 캄캄했던 앞의 사정을 모르는 친구는 숨막혀 죽는다고 고래고래 악을 썼다. 머리 지키기 10년 공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머리를 안 깎이고 깎으려는 선생님들과의 전쟁을 벌였던 그 시절 벌써 까마득한 지난 일이 되어 새삼 추억이 새롭답니다.